배관 일을 하다 보면 달력이 보입니다. 설·추석 연휴 직후와 김장철이면 주방 막힘 의뢰가 눈에 띄게 늡니다. 우연이 아니라, 명절 음식이 배관에 하는 일이 따로 있기 때문입니다.
명절 주방이 배관에 보내는 것들
전 부치고 남은 기름. 평소의 몇 배에 달하는 식용유가 주방에서 나옵니다. 프라이팬을 뜨거운 물로 헹구면 기름은 액체 상태로 배관에 들어가지만, 몇 미터 못 가 차가운 관 벽에서 굳습니다. 특히 명절은 겨울·초가을 — 배관이 차가운 계절이라 굳는 속도가 빠릅니다.
전분 섞인 물. 김장철 절임 배추 헹군 물, 전 반죽 씻은 물, 떡·면 삶은 물의 전분은 그 자체로 풀처럼 끈적하게 가라앉고, 기름과 만나면 접착제 역할을 합니다. 기름+전분+음식 부스러기 — 배관을 막는 최악의 조합이 명절 주방에서 완성됩니다.
한꺼번에, 짧은 시간에. 평소라면 몇 주에 걸쳐 나눠 들어갈 부하가 이틀에 몰립니다. 이미 좁아져 있던 관이라면 이 이틀이 결정타가 됩니다.
연휴 막힘을 피하는 요령
- 기름은 닦아서 버리기 — 프라이팬·그릇의 기름을 키친타월로 한 번 닦고 설거지하는 것만으로 배관에 가는 기름이 크게 줍니다.
- 전분물·국물은 식혀서 조금씩 — 뜨거운 채로 대량으로 붓지 말고, 식힌 뒤 물을 틀어 놓고 나눠 버리세요.
- 거름망을 평소보다 촘촘한 것으로 — 명절 설거지는 부스러기 양이 다릅니다.
- 연휴 전 배수가 이미 느리다면 미리 뚫어두세요 — 손님 상 차리다 넘치는 것보다 백 배 낫습니다.
음식 장사하시는 분들께
양재·말죽거리 상권처럼 명절 대목을 치르는 음식점이라면, 대목 전 배관 상태 점검을 영업 준비 목록에 넣어두시길 권합니다. 대목 한복판의 주방 넘침은 매출로 직결되는 사고인데, 연휴에는 어느 업체든 대응이 밀립니다. 저희도 연휴 24시간 출동을 유지하지만, 예방이 대응보다 싸다는 원칙은 연휴에 더 강하게 적용됩니다.